"최고금리 인하시 제도권 금융서 서민 배제 가능성 커져"

"리스크 프리미엄 충족되지 않으면 대출 공급 규모 축소 불가피"

벼랑 끝에 몰리는 자영업자·서민과 서민금융제도 개선방안 세미나 현장. 사진=이정화 기자
[세계파이낸스=이정화 기자] 법정 최고금리가 20%까지 인하될 경우 자칫 서민이 제도권 금융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3일 한반도미래정책포럼·자유시장경제포럼·한국금융ICT융합학회가 공동 주최한 '벼랑 끝에 몰리는 자영업자·서민과 서민금융제도 개선방안'에서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곧 대출 공급액 감소로 연결돼 도리어 서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염려가 나왔다. 

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선 문종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자금조달비용이 상승하는 상태에서 법정 최고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경우 제도권 금융에서 배제되는 서민금융 이용자 수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신용등급 7~10등급의 저신용자 신규차주 수는 2010년 5월 6만5000명에서 지난해 7월 3만6000명으로 44.6% 감소했다. 이 기간 중 법정 최고금리가 44%에서 27.9%로 떨어짐에 따라 약 2만9000명이 대출 심사에서 탈락한 셈이다.

총 배제금액도 같은기간 은행 2조2000억원, 비은행 2조4000억원으로 총 4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는 이같이 저신용자가 신규대출에서 탈락하는 이유로 리스크 프리미엄을 꼽았다. 리스크 프리미엄이란 위험을 감수한 대가로 지불되는 보상을 뜻하는 것으로 신용이 낮거나 담보물이 없어 돈을 떼일 확률이 높은 저신용자에 대해 그만큼 높은 이율을 매기는 것을 말한다.

문 교수는 "돈을 빌려줄 때 적어도 28~29%는 받아야 돈을 빌릴 수 있는 담보·신용·사업성이 없는 차주에게 그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하면 대출자 입장에선 돈을 빌려줄 수 없게 된다"며 "리스크 프리미엄이 적정수준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면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6년까지 이뤄진 법정 최고금리 인하 과정에서 대부업체 수는 감소했다.

금융위원회의 대부업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금리상한이 66%였던 2007년 9월말 1만8197개사였던 대부업체 수는 2010년 12월 1만4014개사, 2016년 12월말 8654개로 줄었다.

문 교수는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 예비 신용불량자가 대량 양산될 가능성이 있고 경제적 양극화 심화, 실물경제 회복 지연, 금융시장 불안정성 증가 등의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제발표자인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부정적 이미지를 벗기 위해 대부업이라는 명칭을 '서민금고' 또는 '생활금융'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학회장은 "대부금융에 대한 인식이 과거 사채시장에서 가지고 있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들이 적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며 "감독 수준을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다른 제도권 서민금융기관 수준으로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민들에게 보다 낮은 금리의 포용적 금융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대부업의 자금조달원을 다양화해 조달 금리를 낮추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무리한 최고금리 인하는 저신용·저소득 계층이 제도권 금융대출을 받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며 문 교수의 지적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조달금리 하락이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대손비율이 높은 저신용·저소득 계층에 대한 대출 금리를 낮추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대부업계 스스로도 신뢰회복을 통해 대부업의 부정적인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h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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