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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최고금리 상한 20%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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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작성자 기획조사부
등록일 2017-08-16
내용

최고금리 상한 20%로 가는 길

 

 

 정부가 최고금리 상한을 연내 25%로 인하하려 한다고 한다. 대부업법에 금리 상한을 20%로 규정하려는 법안도 국회에 발의되어 있다. 금리 상한 인하는 서민의 금리부담 경감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취약계층의 대출문턱을 높이고 대부업권 구조조정을 부른다는 단점이 있다. 음지의 불법대부행위를 양지로 끌어내어 관리하겠다는 2002.8월 대부업법 제정 취지가 무색해짐은 물론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한다면 인하의 폭과 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웃나라인 일본의 최고금리 인하 경험을 살펴보자. 일본에서는 다중채무자와 불법채권추심 문제로 비난 여론이 들끓자 2006년 최고금리를 20%로 낮추었다. 이자수취가 금지된 이슬람권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런데 2017년 현재 상한선을 올리자는 주장이 여당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불법사채시장이 커졌고, 단기자금 거래수요를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긴급 경영자금 100만원을 2주간 크라우딩펀딩으로 빌릴 경우 수수료 1만원이 청구되는데, 연율로 환산하면 26%의 금리여서 불법이 되는 문제가 있다. 가격변수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과다 개입이 초래한 문제이다.

 

 금리는 가격변수여서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에 약탈적 대출 방지 때문에 금리상한선이 요구되기도 한다. 문제는 상한선이 지나치게 낮아져 자금이 과소 공급되거나, 불법사채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잠깐 금리와 상품가격 결정상의 차이를 짚어보자. 상품가격은 제조원가에 판관비와 마진을 더해 정해진다. 반면 금리는 제조원가인 자금조달비용 이외에도 원리금회수 가능성인 차입자의 연체율(업계평균 13%)을 더해 결정된다. 대부업체의 저신용자 무담보 대출 금리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보다 높은 이유이다.

 

 이제 최고금리가 3~4년내 20%로 하락된다면 대부업 시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장밋빛 시나리오부터 생각해본다. 낮아진 금리에서도 차입할 수 있는 사람은 이자비용이 경감된다. 반면에 이들에게 고금리를 부과했던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의 수익성은 악화될 것이다. 살아남으려고 업무효율화와 신수익원 발굴에 나설 것이고 이것은 생산성 향상, 금융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편 현재 상한(27.9%)에서 대출이 겨우 승인되었던 취약계층은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다. 애초에 상환능력이 없는 이를 상대로 돈 장사를 했기 때문에 차제에 근절하는 것이 사회정의에 부합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런데, 이들도 병원비나 긴급한 사업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 이것은 재정으로 지원하면 된다. 예산이 소요되지만 복지차원에서는 바람직하다.

 

 다음은 잿빛 시나리오이다. 영세 대부업체의 대규모 퇴출이다. 지난해 상한금리 인하(5%pt)9,000여개 등록 대부업체중 최상위권을 제외하면 대출잔액이 상당폭 축소했다. 폐업도 늘었고, 대부업 거래자수도 줄었다. 여기서 추가로 인하한다면 대부업계는 물론 저축은행권까지 구조조정과 퇴출이 불가피하다. 일본은 금리상한이 20%가 된 뒤, 대형대부업체 몇 개만 연명하고 나머지 업체는 모두 폐업했다고 한다. 일본의 불법사금융규모는 현재 20조엔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한국도 별반 사정이 다를 것 같지는 않다. 취약계층 복지재원이 충분하면 모르지만 불법거래 발생도 불가피하다.

 

 사정이 이렇다면 정부는 대부업계 구조조정 기반마련에서도 노력해야 한다. 10%에 육박하는 대부업계 조달금리 경감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취약계층 보호가 목적이라면, 긴급 자금수요에 대한 재원도 마련해야 한다. 원리금상환력이 없는 사람에게 미소금융을 지원한들, 없던 상환능력이 생기진 않기 때문이다. 금리상한 인하의 로드맵도 제시할 필요가 있다. 20%인지? 일본이 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왜 연내 25%인지? 현 이자제한법과 일치시킨뒤 시차를 두고 20%로 내리는 게 무난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각 금리수준별 대부업권 판도, 취약계층 복지재정 분석이 있었을 것이다.

 

 만약 로드맵 준비가 덜 됐다면 법은 약탈적대출 방지라는 최소한의 규제를 담당하고, 이외 영역은 금융감독당국이 시장상황을 반영하면서 탄력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은 저금리지만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국내 금리인상도 불가피하다. 금리란 상황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법에서 일정 숫자를 고금리로 규정하고, 위배시마다 처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취약계층 보호 목적이라면 금리상한선보다는 원금의 2배를 회수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법도 있다. 단순히 금리상한선 인하를 만능키로 생각했다면 안일한 발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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