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금감원 '은행 지점 폐쇄 규준' 물건너가나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20 18:30

수정 2018.09.20 21:19

점포 함부로 못닫도록 금감원, 제정 추진했지만 계속된 경영침해 논란 속 아직 태스크포스도 안꾸려
금감원 '은행 지점 폐쇄 규준' 물건너가나

금융감독원이 연내 추진키로 한 '은행 지점 폐쇄절차 등에 대한 모범규준(지점 폐쇄 모범규준)' 제정이 백지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지점 폐쇄 모범규준은 앞서 금감원이 지난 7월 발표한 금융감독현식 과제의 후속 조치의 일환이었지만 은행들의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는데다 디지털 뱅킹이 대세인 시대적 흐름과도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점 폐쇄규준' 경영침해 논란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초 금감원이 주도하고 은행연합회와 은행관계자들이 참여하기로 했던 지점 폐쇄 모범 규준 태스크포스(TF)가 아직 꾸려지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측에 은행의 입장을 전달한 뒤 이렇다할 진전이 없는 상태"라면서 "이대로라면 연내 모범규준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점폐쇄 모범 규준은 시의성과 실효성 측면에서 모두 비판을 받아왔다.

우선 은행 고유의 경영 전략을 침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는데다 지점 축소, 디지털 뱅킹이라는 추세와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또 최근 시중은행들의 지점 축소가 주춤하다는 것도 지점폐쇄 모범 규준의 의미를 퇴색하게 한다. 금융감독원 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시중 7개 은행(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NH농협, SC제일, 씨티은행)의 3월말 기준 점포수는 총 5006곳이다. 이 은행들은 2016년 3~2017년 3월 186곳의 지점을, 2017년과 2018년 3월 사이에는 224곳의 지점을 폐쇄했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을 기준으로 보면 2년전에 비해 지점 폐쇄 속도는 눈에 띄게 줄었다. 국민은행은 2016년 3~2017년 2월 59곳을 없앴지만 2017년 3~2018년 3월 9곳만 정리했다. 우리은행도 같은 기간 37곳에서 12곳으로 문을 닫은 지점이 줄었고 하나은행 역시 101곳에서 67곳으로 감소했다. 신한은행은 2016년 3월과 2017년 3월 사이 31곳의 지점을 더 냈다가 2017년 3월과 2018년 3월사이 25곳을 축소했다. 하지만 31곳의 지점 증가 역시 통합점포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생긴 착시현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연합회, 은행 측들과 지점폐쇄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지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국정감사 이후 다시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은행 간 충분한 조율이 필요할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탄력점포는 1년새 62곳 늘어

인터넷뱅킹, 모바일 뱅킹이 일상화 되면서 시중은행 지점을 찾는 고객들은 갈수록 줄고 있다.

지난 17~18일 서울 명동, 잠실 일대 시중은행 5곳을 방문한 결과 오전내 지점을 찾은 고객들이 10명 미만인 곳도 2곳이나 됐다. 그나마 지점을 찾는 이들의 용건은 대부분 분실, 사고와 관련된 것이거나 모바일 뱅킹 가입 문의였다.

당초 지점 폐쇄 모범규준에는 은행 지점 폐쇄 전 영향평가 실시, 고객과 이해관계자에게 폐쇄 사실 통보, 우체국 점포망을 비롯 대체수단 강구 등의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었지만 지금도 이런 점들을 고려해서 지점을 폐쇄하고 있다는 게 은행측의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모범규준을 만들겠다고 한 이후로 은행들은 지점 통폐합을 올스톱한 상태인데 이는 사실상 압력으로 느낀건"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영업시간이나 영업일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탄력점포나 증권사 등을 겸한 복합점포가 늘고있어 무조건적인 지점 폐쇄 아닌 점포 다변화전략으로 봐야한다고 말한다.
은행연합회에 올해 6월 기준 탄력점포는 은행권 통틀어 692곳으로 1년전보다 62곳 늘었다. 현재 운영되는 탄력점포는 관공서 소재 점포가 450개, 외국인근로자 특화점포가 40개, 상가 및 오피스 인근 점포가 96개, 환전센터가 19개, 고기능 무인 자동화기가 87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씨티은행이 대대적으로 지점을 없애면서 당국 입장에선 뭔가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면서 "현행법상 은행의 점포 신설 및 폐쇄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으며 2000년부터는 지점신설, 폐쇄에 대한 사후 신고제 역시도 폐지된 만큼 이와 관련한 모범 규준을 제정한다는 것은 시간을 되돌리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fnSurvey